조교로 일하면서 또 다른 현상도 목도했습니다. 안전한사이트 중국 내 명문 대학들과 저명 학술기관들은 중국 고전, 고문(古文) 분야 연구에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전문 서적도 많이 발간합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연구 서적을 다수 발간하고 있었습니다. 중요 고전 해석에서는 결정적인 부분을 곡해해 독자를 오도하기도 했습니다. 공자 사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외에도 중국공산당은 고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발췌해 선전 도구로 사용하거나, 중국공산당의 입장과 대치된 내용이면 봉건사회의 진부한 사상이라는 식의 맹비판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학문의 정수(精髓)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떠나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사상 교과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 분야 석학도 많이 만났습니다. 이분들로부터 머리로만 학문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임을 배웠습니다. 지식뿐만 아니라 학문을 하는 태도를 익힌 것은 중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 다른 즐거움은 다양한 책과 자료를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출판 자유가 제약된 중국과 달리 다양한 지식과 생각을 담은 자료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울러 중국공산당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를 벗어나 제약받지 않고, 눈치 보지 않으면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움이었습니다. 공산화 이후 전통문화·사상이 파괴된 중국과는 달리 중국 전통문화·사상 연구가 활발한 한국, 대만, 일본의 존재에 고마움도 느꼈습니다.